<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 캡쳐화면> <http://www.moca.go.kr/index.htm>
오늘 새벽 약간 황당한 일을 경험했다.
문화 블로거로서 나는 수시로 국립극장과 국립현대미술관 사이트를
방문한다. 최근 국립현대미술관에선 세계적인 설치미술가인 빌 비올라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기에 여기에 대한 정보를 찾으러 들어갔다. 이 뿐만 아니라 최근 현대미술관
측에서 구매한 신규 미술작품들을 확인 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홈페이지 하단에 이상한 내용의 배너가 보였다.
<촛불집회 사실은 이렇습니다>란 배너였다. 클릭을 해보니
<캡쳐 상의 내용 클릭>
위의 내용과 같은 작은 화면이 뜬다. 물론 국립현대미술관 측에서
미술을 비롯한 다양한 문예/공연에 대한 한미 FTA 내용을 공지하거나
그 내용을 소상하게 정리해서 올리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저작권 문제 외의 <촛불집회>에 관한 정부 입장을 국립 미술관 홈페이지에 올리는 것은
문제가 있는 행동이다. 왜냐하면 미술관 사업과 전혀 관련없는 내용의 배너이기 때문이다.
유인촌 장관의 현재 운영철학과 소신에 대해서 이념적인
방식의 접근을 할 생각이 없다. 다만 국립미술관의 홈페이지에 굳이 미술관의
본원적 업무인 전시나 교육, 작품수집, 문화교류 외 내용이 담긴 배너를 굳이 올린 이유가 뭘까.
<촛불집회 사실은 이렇습니다....광고내용입니다>
내용을 보니 촛불집회에 대한 정부측의 일방적 주장만
나열되어 있다. 촛불집회가 발생하게 된 배경이나, 양쪽의 견해는 어디를
찾아봐도 없다. 경찰의 폭력진압에 대한 해명과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고 촛불집회를 철저하게 폭력으로 물든 법범 행위임을 주장하는데 모든 지면을 할여한다.
특히 물대포 사용 규칙에 대해서는 경찰청 홈페이지의 내용을
그대로 복사해서 붙여두었다. 일방적인 정부 측의 변론만 존재하는 글이었다.
시민사회측의 강경진압과 관련 입장이나 물대포 사용이 경찰 내규에 반한다는
문구는 어디를 찾아봐도 볼수 없었다. 더구나 링크들은 모두 조선일보와 연관되어 있고
경찰청 홈페이지의 내용도 경찰 담당자의 글로 추정되는 내용들이다.
국립극장 홈페이지 <http://www.ntok.go.kr/main.jsp >캡쳐화면
더 기가 차는 건, 국립극장 홈페이지에도 문제의 배너가
오른쪽 하단에 달려 있다는 점이다. 원래 이번 주말 국립극장에서 하는
뮤지컬 '시카고'와 국립극단 주관의 세익스피어의 작품 '한여름밤의 꿈'을 보기 위해
정보를 찾았다. 국립극장 소속의 배우 중엔 대학 후배들도 있고, 사실 내겐 국립극장은
창극단과 무용단에서 하는 다양한 공연을 연중 10회 이상 보러가는 곳이다.
지금으로서는 홈페이지 상의 배너가
누구의 명령이 하달되어 달리게 되었는지에 대한 정확한
내용은 알지 못한다. 그냥 추측만 할수 있을 뿐이다. 답답한 것은
나라의 문화예술의 허브라 할만한 국립극장과 국립현대미술관에 굳이 정치적 이념과
다양한 스펙트럼의 의견이 존재하는 촛불집회 반대 배너를 달 필요는 없지 않았나 싶다.
예술도 결국은 정치와 사회의 목소리를 담는 그릇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이나 주무 담당관의 의사결정은 굳이 선의로
해석을 하자면, 문화부 소속의 공식입장을 내놓은 셈이라 봐야 할것같다.
그런데 이런 입장이라면 식품 농림부에나 올려야 할 내용들이 아닌가
그런데 왜 전혀 관련이 없는 문화부에서 이런 식의 행동을 하는 가 말이다.
국립극장은 연극 및 무용, 창극과 같은 국가의 문화적 아이콘이 될만한
연희작업(Performance)을 제작하고 이를 유통하는 첫번째 책임을 지는 국책 기관이다.
작년 말 <심청>같은 창극은 영국 에딘버러 연극제에 출품되어 국가의 문화적 위상을 높인
공연이기도 했다. 물론 국립창극단과 극장측의 대대적인 후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작업이었다.
국립현대미술관도 지난 10여년동안 끊임없이
국내 작가의 발굴과 세계 주요 미술관들과의 교류를 확대하면서
한국 미술을 세계에 알리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한 기관이다. 이 두기관에서
본원의 업무와 관련이 전혀 없는 <촛불집회 사실은 이렇습니다>란 이름의 배너를 보는 것은
문화관련 국가기관이 전혀 본원적 업무를 뒤로 하고 청와대의 대변인 노릇을
하는 것 처럼 보여서 심히 그 소이가 안타깝다.
주무 책임자의 변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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